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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해서 먹고 살 수 있냐고? 예술로 사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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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브리즈 댓글 0건 조회 2,893회 작성일 20-01-14 00:04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파랑새극장에서 열린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초기기업 사업기반구축 지원 임팩트투자 유치대회’에 참여한 사회적경제 기업들과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임팩트스퀘어

뮤지컬 배우의 월 평균 수입 58만원, 연극 배우의 연소득은 100만원, 화가 4명 중 1명은 무소득자.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이화동 파랑새극장 무대에 오른 11명의 예술인이 고백한 현실은 씁쓸했다. 이들 예술인은 척박한 예술업계의 돌파구로 ‘사회적경제’에 주목한다. 예술 활동을 이어가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돈도 버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이날 마련된 무대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고 임팩트스퀘어가 협력해 개최한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초기기업 사업기반구축 지원 임팩트투자 유치대회’(이하 문화예술 임팩트투자 유치대회)로, 창업 3년 미만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 기업이 임팩트투자자와 기업 사회공헌팀 앞에서 사업 모델을 발표하고 투자와 협업을 모색하는 자리다.

무대에 오른 11개 기업은 지난 4월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임팩트스퀘어가 진행한 ‘문화예술 사회적경제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이하 문화예술 인큐베이팅 사업)에 참여해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켜 왔다. 문화예술 인큐베이팅 사업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업 3년 미만의 사회적경제 기업 11팀을 선정해 기업별 최대 5000만원의 창업 안정화 자금과 6개월간 사업 모델 개선 관련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날 문화예술 임팩트투자 유치대회에서 소개된 각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담은 ‘말말말’을 꼽아 봤다.

 

손현진 브리즈 대표

◇브리즈: 법정의무교육 대체 뮤지컬 제작

“브리즈는 공연시장의 ‘위대한 쇼맨’을 꿈꾸는 기업입니다. 기존의 지루한 법정의무교육을 뮤지컬로 제작해 기업과 정부 입찰 시장을 공략하겠습니다. 성 평등 예방교육, 장애인 인식개선 등 직장인들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담은 법정의무교육을 뮤지컬을 통해 쉽게 이해하도록 돕겠습니다.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뮤지컬 배우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미 올해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틀 공연을 매진시켰고, 공연 당일 신규 공연 계약도 성사시켰습니다. 앞으로 5년 내 100명의 예술가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입니다.”

 

최재은 에이드런 공동대표 

◇에이드런: 디자인 제품 판매 통한 아동 미술교육 제공 

“대학시절 아동 대상 미술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일회성 활동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만남이 중요한데, 그 해결책을 고민하다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자체개발한 커리큘럼으로 지역아동센터나 보육원 아동들에게 30회의 미술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아이들의 그림을 영감으로 삼아 가방이나 지갑 등 디자인 제품을 만듭니다. 매출액의 일부는 다시 시설에 기부됩니다. 가치와 디자인에 감동한 소비자들이 늘면서 지난해 키링지갑으로 매출 7000만원을 올렸고 제주공항면세점, GS 홈쇼핑에 입점했습니다. 올해 매출은 2억원으로 예상됩니다. 2021년에는 누적 기부금액 2억원, 누적 지원 시설 20개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차영은 차차프렌즈 대표

◇차차프렌즈: 온라인 음악 교육 플랫폼 구축

“저는 유튜브 피아노 강의 분야 1위 유튜버 ‘차차’입니다. 구독자들과 온라인 레슨을 진행한 경험을 살려 비싼 레슨비는 확 낮추고, 강사 진출을 희망하는 연주자들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체개발한 커리큘럼으로 수준에 맞는 악보를 개발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는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효과적인 온라인 수업을 진행합니다. 또 고객 10명당 취약계층 아동 1명에게 무료 수업을 제공합니다. 현재 창업 준비 단계에서 30명이 온라인 레슨을 받고 있고, 내년에는 매출 4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피아노뿐 아니라 첼로 등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는 온라인 음악 교육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김동욱 댄스플래너 대표

◇댄스플래너: 무용수 대상 해외 진출 플랫폼 운영

“매년 100명이 넘는 무용수가 대학을 졸업하지만 국내 국공립 무용단에 새로 나는 자리는 10개도 안 됩니다. 저 역시 같은 어려움으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가 우수한 한국인 무용수 영입을 희망하는 해외 무용단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성공했지만, 많은 선후배 무용수들이 현지 네트워크의 부재나 행정 절차상 어려움으로 기회를 잡지 못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 안타까워 창업하게 됐습니다. 교육을 이수한 무용수가 해외 무용단에서 1년간 인턴 단원으로 활동하고 정 단원으로 입단하는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매출은 3억원입니다. 네덜란드, 일본 등 전 세계 36개 무용단과 한예종 등 9개 국내 무용단과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국내 무용수의 취업률을 5배로 올렸고, 소득 8분위 이하 무용수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성동 옴니아트 대표

◇옴니아트: 신진 미술가 습작품을 활용한 패션 제품 제작

“한 해동안 수도권에 버려지는 신인 화가의 습작품은 8만 장에 달합니다. 화가들의 재능과 노력이 버려지고 있는 셈입니다. 이 회화 작품을 매입·수거해 가방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저희의 사업 모델입니다. 판매시 제품가격의 5%를 작가에게 로열티로 지급합니다. 성과도 뚜렷합니다. 올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내년엔 8억원을 예상합니다. 작품성과 예술성, 상업성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컬렉션 데뷔에 성공했고, 영국의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인 ‘아소스’에도 입점하게 됐습니다. 두바이, 싱가폴, 프랑스 등지에서도 구매 요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부턴 소비자가 가방 모양과 패턴으로 활용할 제품을 선택하는 ‘온디맨드형’ 구매 방식이나 다른 패션 아이템도 내놓을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재능 있는 신인 화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면서 예술과 대중 사이의 틈을 좁혀가겠습니다.”

 

정정윤 핸드스피크 대표

◇핸드스피크: 농인 아티스트 발굴과 문화 행사와 콘텐츠 기획

“국내 청각장애인의 73.1%는 월소득 100만원 미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핸드스피크는 이들에게 수익은 물론 사회로 나가 자신의 끼를 발산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농인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수어랩, 댄스, 연극이나 뮤지컬 등 농인이 활동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기획하는 국내 유일 농예술 기업입니다. 공연에서는 농인과 청인이 공동 출연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공공기관이나 기업으로부터 초청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은 5000만원으로, 농인 12명과 청인 3명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 년 내에 80명의 농인을 고용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애는 불편한 것일 뿐, 불가능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겠습니다. 오늘도 단원들과 함께 세계무대에 오를 꿈을 꿉니다.”

 

신다혜 필더필 대표

◇필더필: 마라톤, 페스티벌 등 다양한 기부 행사 진행

“기부 참여율이 계속 줄어든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집니다. 저희는 그것이 기부에 대한 나쁜 경험, 기부자와 기부를 받는 기관과의 소통 부족, 고루한 모금 유도 방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즐거운 경험을 쌓으면서 기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산타 복장을 하고 마라톤을 하는 ‘산타런’ 프로그램입니다. 지난 2017년 시작한 산타런의 누적 참가자는 5000명이 됐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부자의 93.8%가 ‘해당 프로그램으로 기부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올해 10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성장 가능성은 더욱 큽니다. 지자체나 대기업의 협력 요청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중국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김민정 스페셜아트 대표

◇스페셜아트: 발달장애인 미술 작품을 활용한 홈 패브릭 제품 제작

“발달장애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증가하고 있는 장애 유형입니다. 저는 이들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그림에 재능이 있는 발달장애인이 한 자리에 모여 작업할 수 있는 공동작업실 ‘특별한 작업실’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작품 판매가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고 화가들의 그림을 활용한 커튼, 침구 등 홈 패브릭 제품을 제작·판매하는 것으로 전환했습니다. 올해 안에 ‘머머뮤지엄’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브랜드 런칭을 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재능 있는 발달장애인 화가들이 자아실현과 경제적 자립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판로를 찾아내겠습니다.”

 

조민기 아트컴퍼니 드레 대표

◇아트컴퍼니 드레: 인문학 작품을 재구성한 공연 기획

“배우를 꿈꾸며 대학로로 몰려드는 사람이 한 해 3만5000여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학로에 있는 극장은 약 170개에 불과합니다. 기회는 부족하지만, 순수예술과 인문학이라는 가치를 포기할 수 없던 저희들은 ‘무대가 없으면 우리가 무대를 만들자’고 결심했습니다. 고전문학과 연극, 음악 공연과 철학자의 강연을 한 무대에 올리는 것이 저희의 기획입니다. 관객들은 고전 읽기와 연극, 철학 강연을 한 번에 경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이 공연을 패키지로 제작해 도서관 등에 판매하는 모델을 구상 중입니다. 첫 번째로 만든 패키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각지의 도서관이 시민 대상 인문학 강연이나 체험 행사를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선정됐습니다. 순수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수빈 푸치토야 대표

◇푸치토야: 구독형 아동 미술 놀이 키트 제작

“경제적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도 문화예술을 누리며 자랄 수 있도록 저렴하고 질 좋은 ‘구독형 미술 놀이 키트’를 개발했습니다. 매월 3만3000원을 지불하고 푸치토야를 정기구독하면, 미술 놀이 키트와 함께 가이드 영상이 제공됩니다. 가이드 영상은 선생님이 마치 아이 옆에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제작해 아이들이 스스로 미술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미 500여종의 미술 놀이 키트 개발이 완료됐습니다. 또 매월 새롭고 다양한 미술 놀이를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놀이 키트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양육자는 휴식시간도 누리게 됩니다. 현재 보다 다양한 키트 개발을 진행 중이며, 내년 목표는 정기구독자 2000명과 20개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8억원의 매출을 내는 겁니다.”

 

김태현 나인앤드 공동대표

◇나인앤드: 오프라인 미술 커뮤니티 운영

“미술 제작자들은 수입이 적고, 대중들은 훌륭하고 새로운 예술을 접할 기회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예술가와 일반인이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미술 커뮤니티인 ‘나인앤드 랩’을 만들었습니다. 랩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미술을 오감으로 경험하는 액티비티, 단체 워크숍, 프리드로잉 입니다. 약 20만원의 멤버십 비용을 지불하면 3개월간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활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수익의 절반 이상은 다시 작가에게 돌아갑니다. 현재 20명의 회원이 있는데, 연말까지 3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회원은 물론 작가들의 반응도 좋아 신규 사업도 기획 중입니다.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아티스트 에이전시 역할을 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에이전시 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임팩트투자, 사회공헌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우수 기업을 선정해 5개 팀에게 총 20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수상팀으로는 ▲대상(상금 1000만원) 옴니아트 ▲최우수상(500만원) 댄스플래너, ▲우수상(300만원) 에이드런 ▲장려상(100만원) 푸치토야 ▲인기상(100만원) 핸드스피크가 선정됐다.

김도일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경제 기업을 키우는 것은 공공성과 사회성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문화예술분야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선하 더나은미래 기자 sona@chosun.com]